2005년 NPT 검토회의에서 평화네트워크가 일본의 피스 데포와 함께 "원폭피해자는 동북아비핵지대를 주창한다" 는 주제로 워크샵을 주최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샵에서 배포되는
이 자료들은 평화네트워크 번역팀과 한국원폭피해자협회의 곽귀훈 선생님, 그리고 한국원폭2세환우회의 김형률 선생님께서 써주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평화네트워크 사무실로 문의바랍니다.

 

한국인 원폭피해자 2세는 누구인가

현시내

흔히 우리가 말하는 피폭자(히바쿠샤)는 1945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직접 원폭의 피해를 입은 이들을 의미한다. 아직 공식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원폭의 피해는 직접 원폭에 노출된 피폭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2세 혹은 3세까지 대를 이어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폭자뿐만이 아니라 방사능에 의한 유전자 이상이나 원폭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이들을 모두 “원폭 피해자(겐바쿠 히가이샤)”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말 그대로 1945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피폭을 당한 한국인들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들의 2세가 곧 한국인 원폭 피해자 2세이다. 아직까지도 일본 정부나 한국 정부는 원폭 피해자 2세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원폭 피해자 2세라고 밝히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리 소수라 하여도 분명 원폭의 피해는 세대를 이어 대물림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인 원폭 피해자 2세는 7,500명에 달한다. 현재 한국 원폭 피해자 협회에 등록된 회원의 수가 2,300여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원폭 피해자 2세는 7,000명에서 10,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중 30%가 원폭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수의 원폭 피해자 2세가 건강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30%에 달하는 원폭 피해자 2세는 부모로부터 이어지는 원폭 후유증과 그로 인한 질병, 가난의 3중고를 감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 원폭 피해자 2세도 원폭에 의한 희생자임은 분명하다. 그들이 모두 원폭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1세의 원폭 피해로부터 이어진 사회적 차별과 자신의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세와 달리 2세들이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모두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현실만을 보아도 자신이 원폭 피해자 2세임을 밝히는 것은 가히 ‘커밍 아웃’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사회적 보장이나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의 원폭 피해자 2세임을 밝히는 것은 그 이후에 이어질 차별과 소외, 그로 인한 좌절과 절망을 모두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폭 피해자 1세들에게는 원폭의 악몽을 대물림 할 수도 있다는 죄책감이, 최소한의 인권마져도 박탈당한 원폭피해자 2세에게는 피해의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원폭 피해자 2세의 절박한 상황은 다음의 국가인권위의 ‘원폭 피해자 2세의 기초현황 및 건강실태조사’ 2004년 보고서 결과에도 잘 드러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폭 2세들은 같은 또래의 일반인에 비해 빈혈, 심근경색·협심증 등의 만성질환과 우울증, 정신분열, 각종 암 등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원폭 2세들 가운데 1,226명에 대한 우편설문조사 결과, 원폭 2세 남성의 경우는 빈혈 88배, 심근경색·협심증 81배, 우울증 65배, 정신분열증 23배, 천식 26배, 갑상선 질환 14배, 위·십이지장 궤양 9.7배, 대장암이 7.9배나 높게 나타났고, 여성의 경우도 심근경색·협심증 89배, 우울증 71배, 유방양성종양 64배, 천식 23배, 정신분열증 18배, 위·십이지장궤양 16배, 간암 13배, 백혈병 13배, 갑상선 질환 10배, 위암이 6.1배나 높았다.”

 

“또한 원폭 피해자 1세 1,902 가구의 자녀 4,090명에 대한 정보 분석 결과, 이미 사망한 20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56명이 10살 이전에 사망했고, 이들 중 사망원인조차 밝혀지지 않는 경우는 182명(60.9%)에 달했다. 생존한 2세들 중에서도 선천성 기형과 선천성 질병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19명(0.5%)에 달했다.”

 

“나아가 원폭 2세들은 빈곤과 사회적 차별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세에서 58세에 이르는 원폭 2세 47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 절반에 가까운 20명이 직업이 없었고, 이들이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가족의 월 평균수입도 126만원 정도로 낮아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현재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직접적인 차별을 겪었거나 결혼, 취업 등에서 차별 받을 것을 우려해 배우자에게까지 원폭 2세임을 숨긴 경우도 있었다.”

 

원폭 피해자 2세의 문제는 과거사가 아닌 현재사이다

 

현재까지도 원폭 피해자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지원은 피폭자에 한정되어 있다. 1973년 12월 경남 합천에 일본의 시민단체인 핵병기금지평화건설국민회의(핵금회의, KAKKIN)의 지원으로 원폭 피해자 진료소가 설치되었고, 한국 정부는 1998년부터 피폭자의 전국민보험제도의 부담금의 50%만을 지원해주고 있다. 1990년에 일본 정부가 “인도주의적 지원”의 차원에서 40억 엔을 지원하였고 이에 한국정부의 지원금을 합쳐서 경남 합천에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건립하였다. 지금 이 시설은 원폭 피해자 1세들을 위한 요양 시설로 운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은 원폭 피해자 2세에 대해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의 태도가 얼마나 소극적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분명 원폭 피해자 2세 역시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와 미국의 핵헤게모니에 의한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세의 문제를 식민지 잔재라는 과거의 문제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설사 정부가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여도 이들은 분명 원폭의 피해를 반세기가 넘도록 인내하기를 강요당하면서 살아왔다. 특히 1945년의 원폭을 한국의 광복과 등치시켜 바라보는 한국 내 시각에 의해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더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직까지도 다양한 질병과 장애로 정상적인 인간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항상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빈곤과 소외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원폭 2세의 문제는 사실상 현재의 문제이다. 여전히 핵억지력의 논리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어 지구적인 핵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볼 때 원폭 피해자의 문제는 과거가 아닌 현재 혹은 미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원폭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의료 지원이나 인도주의적 지원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반세기가 넘도록 피폭의 악몽을 개인의 책임으로 강요당해왔던 이들에게 정부는 직접 이들의 인권보장과 명예회복을 약속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폭 피해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의 전환과 반핵운동의 확산일 것이다. 원폭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소외, 차별의 문제는 원폭의 기억을 공감하지 못하고 또 이를 반핵운동으로 이끌어 내지 못했던 바로 우리들의 원폭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원폭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폭 피해자들이 사회적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지원이나 생계지원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한층 더 나아가 핵억지력을 무기로 국제 사회를 위협하는 핵헤게모니를 좌절시키고 지금 당장이라도 핵보유국가들에게 핵군축을 촉구하는 것이 원폭 피해자들의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원폭 피해자 문제를 외면하고서 핵무기 불감증을 치유하고 반핵운동을 한다는 것은 핵 없는 평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한층 더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역사와 현황 - 배정민 (평화네트워크 번역팀) [한글] [영어]
• 소외와 투쟁의 60년 - 현시내 (평화네트워크 자원활동가)
[한글] [영어]
• 한국인 원폭피해자 2세는 누구인가 - 현시내 (평화네트워크 자원활동가)
[한글] [영어]
• 한국에도 많은 원폭피해자가 있습니다 - 곽귀훈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
[한글] [영어]
한국원폭2세환우회는 NPT 국제회의와 미국시민사회에 다음과 같이 국제연대를제안합니다
  - 김형율 (한국원폭2세환우회 대표)
[한글]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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